쌍시옷 쌍시옷

 
알고 싶지 않다 당신의 마음
알고 싶지 않다 당신의 처절
 
도시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에게 여러 넘버들을 매겨주었지
 
나는 이 도시에서 더 이상 자리를 차지하지 않겠다
더 이상 먹지도 않겠다
 
부리처럼 입술에 조개껍데기를 물고
물고기의 피를 얼굴에 바르고
바람의 손목을 두 손에 나눠 잡고
 
웃어주겠다
증발하겠다
은퇴하겠다
 
나는 도시의 눈에 띄지 않겠다
 
얼마나 오래 걸었을까? 아이스크림집 빵집 책방 국숫집 아케이드를 잘근잘근 씹어서 먹으면
뜨거운 해변이 목구멍에서 쏟아질 것 같다
 
나는 이제 줄이 긴 새 떼가 될 거다
이 도시를 칭칭 감을 거다
그러면 새 떼가 말할 거다
 
(다음에 서로 어울리는 항목끼리 줄을 그으세요)
 
 
나무--배, 꽃--고래, 햇빛--얼음, 개미--강
 
남극의 고래는 꽃의 정원
 
햇빛을 정육면체로 잘라 차곡차곡 담장을 쌓는다
 
강물에 발을 담그자 이 물결이 개미 떼라는 걸 알았다
 
뿌리내린 배
 
 
 
도로들이 일어서게 한 다음
자동차를 공중에 띄우고
새 떼가 공중에 뜬 강물로 활강해 갈 거다
 
금빛 가는 실로 검은 바다에 수를 놓던 한 마리 새가
바다를 물고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그만 탁 놓아버리면
물결이 도시를 뒤덮을 거다
내 공책의 행과 행 사이로 물이 들어올 거다
 
새들은 발바닥에 쌍시옷이 두 개 달렸다
(한강의 다리 난간 위 새 한 마리
왼발에 미래
오른발에 과거
었, 겠, 었, 겠, 었, 겠
엉덩이를 흔들며 걸어가고
내 일기엔 쌍시옷이 쌓인다)
 
(나는 도시 한복판에서 갑자기 이 세상이 너무 좁다고 폐소공포증에걸린다)
 
그리하여 나는 공책에 긴 줄을 내리그으며
 
새는 누구에게도 먼저 말 걸지 않는다
물론 나도 그러겠다
얼굴에 깃털을 기르겠다
날아가겠다
 
라고
쓴다
 
Notes:

Read the English-language translation, “Double S Double S,” by Don Mee Choi.

“쌍시옷 쌍시옷” is from 날개 환상통. Copyright © 2019 by Kim Hyesoon. Originally published in 2019 by Moonji Publishing Co., Ltd. All rights reserved.

Source: Poetry (May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