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이 바닥이 아니야
By Kim Hyesoon
발목에 묶인 은줄이 빛난다
엄마는 태어나자마자 나에게 새장을 입혔지만
발이 푹푹 빠지는 트램펄린 밤
흰 오로라처럼 사라지는 토끼 모양 그림자
트램펄린 밤 속으로 나는 튀어 오른다
누가언제왜어떻게어디서무엇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얼굴과 마주 보고 튀어 오른다
우리 엄마를 낳아서 소녀로 기르고
시집보내고 나를 낳게 하고
이제 할머니를 만들어서
병들어 눕게 한 달빛이 은줄 위에 빛난다
나와봐! 나와봐! 네 면상을 치고 말 테다
나는 달을 향해 두 손을 뻗는다
우리 엄마는 호스피스에 두고 나는 트램펄린 춤
엄마는 보러 가지 않고 달을 무찌르는 춤
내 춤은 추면서 베는 춤이야
쿵쿵 큰 소리 나는 춤
트램펄린 밤
트램펄린 산
트램펄린 숲
푹푹 토끼 그림자 늪 속으로 빠지는 밤
저들과 싸울 거야
저들을 벨 거야
저 산을 유혹할 거야
이것 봐 이것 마셔봐
한여름의 장마 주스
더위 끝 태풍 스쿼시
저 숲에게 권할 거야
이것 봐 이것 마셔봐
숲에 사는 거인을 유혹하기 위한
찬바람 도는 가을비 배합 과즙
나는 하늘과 땅 사이를 베고 싶다
엄마가 누운 곳만 빼고 다 베고 싶다
검은 벨벳 장막처럼 내리는 빗줄기를 베고 싶다
툭툭 떨어지는 달빛 아래 제라늄을 베고 싶다
왜 엄마를 태어나게 하고
왜 죽게 하는 거야
매일매일 내 몸을 조여오는
이 새장을 벗지 못하는 나는
전적으로 바닥에 의지해 사는 나는
트램펄린
트램펄린
그리하여 이 옷은 파멸을 부르는 옷일까
레이스커튼이 달린 새장을 입은 새는
도약
도약
하지만 내 춤의 안무는 슬픔이 하는 걸까 불안이 하는 걸까
아침이면 시작되는 거짓말
도움닫기 높이뛰기
저녁이면 시작되는 거짓말
곤두박질 앞구르기
두 발에 매달린 은줄이 찰랑거린다
이 지구는 자전과 공전이라던데
내 치마처럼 훌러덩 돌기만 한다던데
왜죽어? 왜죽어?
온몸을 찌르는 잉크처럼 나를 적시는 달빛
이 빛을 다 베면 죽음이 멈출까
새장을 입은 채 나는 싸운다
저 숲과
저 산과
저 밤과
저들을 다 베면 우리 엄마가 살까?
Notes:
Read the English-language version, "Floor is Not a Floor."
Copyright Credit: Kim Hyesoon, "Floor is Not a Floor" from Phantom Pain Wings. Copyright © 2017 by Kim Hyesoon. Reprinted by permission of Moonji Publishing Co., Ltd..
Source: Phantom Pain Wings (Moonji Publishing Co., Ltd.,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