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팽창

눈 속에 파묻힌 흰토끼야

하얀 시트 하얀 베개 좋은 잠옷 우리 엄마
두 손을 포개고 눈 속에 누운 흰토끼의 정적

아무것도 안 듣는 귀들은 자라서
가까이 다가가면 때 묻은 구름이 되었네

내리는 눈송이처럼
강물에 앉은 안개처럼
안을 수 없는 흰토끼야

식물인간이란 말은 식물에 대한 모독일까 격려일까
식물인간의 영혼이 가득 고인 병원의 복도를 걸어가네

옛날 옛날에 천재 소녀가 살았는데
소녀는 늙어서 침대 위의 흰토끼가 되었네

이름이 뭐예요 물으면 잊었어요 말도 못하는
주춤주춤 넓어지는 희디흰 불구가 되었네

우리는 맹렬하게 자라서 무엇이 될까
희디흰 토끼를 이불에서 꺼내 흔들어보네
Notes:

Read the English-language version, "Mommy's Expansion."

Copyright Credit: Kim Hyesoon, "Mommy's Expansion" from Phantom Pain Wings. Copyright © 2017 by Kim Hyesoon.  Reprinted by permission of Moonji Publishing Co., Ltd..
Source: Phantom Pain Wings (Moonji Publishing Co., Ltd., 2017)